신고를 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를 부르는 이름은 여럿입니다. 결혼을 약속했다는 뜻의 약혼, 한집에서 지낸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동거, 그리고 부부로 살고 있지만 신고만 하지 않은 사실혼이 대표적입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법이 붙이는 효과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 관계가 어디에 가까운지를 먼저 가려 두는 것이 이후의 모든 질문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시간의 축으로 놓으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세 관계를 가장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을 약속했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시간 순서로 보는 것입니다.
- 약혼은 앞으로 혼인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아직 부부로 사는 단계는 아닙니다.
- 신고 없는 혼인은 지금 이미 부부로 살고 있는 상태입니다. 빠진 것은 신고뿐입니다.
- 단순 동거는 같은 공간을 쓴다는 사실을 말할 뿐, 부부가 되겠다는 약속이나 부부로서의 생활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같은 두 사람이 이 세 단계를 차례로 지나가기도 합니다. 연인으로 함께 지내다 결혼을 약속하고, 이후 살림을 합쳐 부부처럼 살면서도 신고는 미뤄 두는 식입니다. 그래서 관계의 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묻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혼에 대해 민법이 정해 둔 것
약혼은 민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습니다. 성년이 되면 자유롭게 약혼할 수 있고(제800조), 18세가 된 사람은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습니다(제801조). 눈여겨볼 점은 약혼을 했다고 해서 혼인을 강제로 이행하라고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제803조). 결혼은 끝까지 두 사람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겨 두겠다는 뜻입니다.
약혼을 깨는 방법과 그 뒤의 책임도 정해져 있습니다.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하거나 혼인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미루는 경우 등 민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고(제804조), 해제는 상대방에게 그 뜻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합니다(제805조). 약혼이 해제되면 과실 있는 쪽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그 범위에는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들어갑니다(제806조 제1항·제2항).
정리하면, 약혼은 아직 혼인 생활이 시작되지 않은 단계의 약속이고 법도 그 약속이 깨졌을 때의 정리 방법을 중심으로 규정합니다. 반면 신고 없는 혼인은 이미 시작된 부부 생활 자체를 어떻게 보호할지의 문제여서, 동거·부양 같은 부부의 의무가 함께 거론됩니다. 그 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부부의 의무를 다룬 문서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단순 동거에는 부부로서의 효과가 따라붙지 않습니다
같은 집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부의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신고 없는 혼인으로 평가되려면 두 사람이 부부로 살겠다는 뜻을 모았고 실제로 그렇게 생활했어야 하는데, 단순 동거에는 그 뜻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부부의 공동생활을 전제로 하는 효과, 예컨대 서로 부양할 의무나 일상 가사로 생긴 빚에 대한 연대책임 같은 것도 원칙적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두 직장인이 각자 결혼 계획 없이 집을 함께 얻어 생활비를 반씩 내고, 명절에는 각자 자기 가족을 찾아가며, 주변에도 룸메이트라고 소개해 온 경우를 생각해 보면, 함께 산 기간이 길더라도 부부의 관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관계에서 함께 산 집의 보증금이나 공동으로 산 물건을 나눌 때는 부부 사이의 제도가 아니라 누가 얼마를 냈고 누구 이름으로 계약했는지 같은 일반적인 재산 관계를 기준으로 따지게 됩니다.
경계가 흐릿할 때 먼저 확인할 것
현실의 관계는 이렇게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면 약혼과 신고 없는 혼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세 가지를 차례로 물어보면 방향이 잡힙니다.
- 두 사람이 "결혼하자"는 약속을 넘어 이미 부부로 살기로 뜻을 모았는가
- 살림과 생활비, 서로를 돌보는 일상이 부부의 모습으로 꾸려졌는가
- 그 상태가 언제부터였는가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관계에 따라 따라오는 책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고 없는 혼인으로 평가되면 생활비와 살림 빚을 함께 책임지는 문제, 관계가 끝날 때 함께 모은 재산을 정리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단순 동거라면 이런 문제를 부부 사이의 규정이 아닌 일반적인 계약과 명의를 기준으로 풀게 됩니다. 약혼 단계라면 약혼 해제와 손해배상 규정이 중심이 됩니다.
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할수록 내 관계에 어떤 규정이 적용될지도 분명해집니다. 각 요건의 의미는 성립 요건을 다룬 문서에서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혼한 상태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면 바로 사실혼이 되나요?
A.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단계가 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미 부부로 살기로 뜻을 모았는지, 생활이 부부의 모습으로 꾸려졌는지를 함께 보아야 하며, 그 판단은 관계마다 다릅니다.
Q. 약혼을 깨면 상대가 선물로 준 물건도 돌려줘야 하나요?
A. 약혼을 해제했을 때의 손해배상은 민법에 규정이 있지만, 서로 주고받은 물건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주고받은 경위와 해제에 책임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건 목록과 주고받은 시기를 정리해 두고 구체적인 사정에 맞춰 검토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약혼은 앞으로의 약속, 신고 없는 혼인은 지금의 부부 생활, 단순 동거는 공간의 공유라는 차이가 있고, 법이 붙이는 효과도 그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 관계를 어느 쪽으로 볼지 정리했다면 사실혼 안내 첫 화면에서 그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800조·제801조·제803조·제804조·제805조·제806조(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이혼 › 사실혼의 해소, 2026-09-30 기준) — 국가법령정보센터·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2026-10-20 확인